어느 쪽이 진짜냐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하기 곤란했다.
사실 거짓말이란 방법은
단순하고 빠르게 할 수 있지만
나는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답하기 곤란했다.
나조차도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진짜 나인 걸까
나라는 건 뭘까?
둘 중에 뭐가?
아니, 그전에 뭐가 다르다는 거지?
나는 절대로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오히려 항상 리더 역할을 했었고
그걸 꽤 좋아했다.
뭐 이렇다고 해서 악하다거나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는 나서는 것을 좋아했고, 관심이 주목되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뭐든 잘 해냈고, 언제나 중심에 서있었다.
내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어느 무리에서나 중심에 있었고
매번 그럴 수 있었다.
성격이니 성향이니를 떠나서
나는 눈치가 빠르고 누군가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그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는 항상 주목받고 싶었다.
어느 이야기의 배우처럼 말이다.
나는 큰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
겨우 지금 이런 곳이 아닌
더욱더 큰 무대 말이다.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을 무렵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아픔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이, 그런 기억이 점점 쌓여서
진짜 나를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쌓여서
파내서라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은 순간일 뿐이었다.
그런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았다.
그것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믿는 셈치고 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내게 조금의 희망도 주지 않으려는지
매번 내가 잡은 줄을 끊어내기 마련이었다.
그 이후로 나의 세계는 빛이 들지 않았다.
내게는 더 이상 남아있는 이야기도 꿈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매번 사라지고 싶었다.
더 이상 나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지웠다.
새로운 성격,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나
무언가를 만들어내서 살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인형이었기에
내가 스스로 꼭두각시가 되어
연기하는 삶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항상 나를 속여왔기에
나 자신을 속이고 매번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랬으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진짜 나라는 건 뭔지 이제 알 수 없다.
내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나는 기억력이 매우 뛰어난 편이지만
과거의 기억을 망각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기억력을 매번 줄였다.
나는 내 위에 새로운 나를 덮어 씌었다.
새롭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까? 그랬을까? 새로 시작해야만 했을까?
나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
나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을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진짜 나를 거부했던 걸까?
어째서 나는 나의 사과도, 스스로 용서도 하지 않을 걸까.
나는 항상 복수, 증오 그런 감정과는 별개였다.
나는 이상주의를 꿈꿨으니까.
하지만 정말 스스로에게 되물어봤을 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나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냐고 되묻는다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본심은, 진짜 내가 생각하는 것이 뭘까?
나는 복수할 방법을 모른다.
나는 남을 해하는 것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것보다 두렵다.
그랬었다.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내 편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나 또한 내 편이 아니었다.
후회하기도 용서하기도 싫었다.
내가 한 잘못을 뉘우친다는 둥
누군가가 내게 한 잘못을 용서한다는 그런 행위 따위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
나는 항상 너무나 먼 곳을 보고 있다.
나의 꿈은 더 이상 천문학자도 철학자도 아닐 텐데
나는 어딜 보고 있는 걸까.
당장 눈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나는 왜 매번 너무나도 먼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걸까
진짜 나라는 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우주비행사가 아니지만
이 넓은 마음의 우주 속에서
진짜 나를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의 빛이 꺼진 별들 중에서
그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거니까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나로 돌아와야만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찾아낼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