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시간
평범하게 자라왔어도
그렇지 않았어도
똑같이 특별한 시간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이번 수능같은 시간이다.
내게 수능은 특별하지 않았다.
공부의 길을 포기한 지는 오래 됐으니까.
나의 반발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잘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았지만
그것들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게 없었기에
반발심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깊게 후회하고 있다.
그랬으면 안 됐을 것이라고
나는 비록 내게 한 명의 편이 없을지어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반드시 꼭 노력과 시간을 쏟는 사람이기에
과거에 쌓인 그 후회와 시간들이
점점 쌓이고 쌓여 나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수능이 끝나고 났을 때
다들 무슨 풍경이 보이고
무슨 생각과 기분이 생겼을까?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보는 풍경이었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내 뒤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였었다.
나에겐 돌아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기억 속에서도
내 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집에 늦게까지 안 가기도 했지만
이 날 또한 그랬었다.
하교를 하면서 보이는 이 단풍같은 색을 띄는 햇빛과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인파
내게는 이 장면이 크게 각인되었다.
이 저녁놀의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사람이기에
그저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만 있다면
끝내 해낼 수 있고 노력할 수 있지만
애써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을 하는 것도
많은 이야기를 숨겨 지내는 것도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숨기는 것도
누군가의 마음으로 장난치는 것도
그런 그냥 모든 거짓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가장 애매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자유를 꿈꿔왔지만
막상 내가 자유와 마주쳤을 때는
내가 생각한 풍경이 아니었다.
아직도 자유는 저 멀리있다.
내가 아무리 아무리 노력하고 더 노력하고
끝내, 아 여기까지가 내 한계구나라고 생각했을 때도
자유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유라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
나는 남들과 똑같아질 수도 없고
똑같이 생각할 수도 없다.
내가 바라는 내가 될 수 없고
된다고 해도 이 세상이 내가 바라는 나를 받아줄 수도 없다.
그저 침음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올라가는 자가 아니기에
그저 시간을 받아들일 뿐이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이제라도 하는 것은 어떻냐고 하지만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런 쪽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은 솔직히 이제 존재하기가 힘들다.
무너져가는 성을 붙잡고 계속 고치려고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사람은, 사람은
무언가를 위해서
그게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 무엇이 하나라도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무언가의 노예가 되어서라도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하여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저녁놀의 시간이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간 속에서
해바라기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새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것이 신기루여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나같은 해바라기의 삶이니까.
또 다시 새해를 마주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인가
기회를 주는 것은 누구인가?
내가 잘못한 것이 뭘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내가 사람들에게 많은 배신을 당했지만
내가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그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더욱 헌신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변할리가 없으니까.
그것이 나를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나의 장점이니까.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언제나
기다리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