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흐른다.
누구나 맞이하는 시간이, 시기가 존재한다.
그것이 나에게 언제 오는 지를 모를 뿐이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게 감정은 메말랐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여럿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감정을 느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또한, 그럴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빨리 철들었다는 말로
또다시 핑계만을 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또, 어쩔 수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닫힌 감정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렇게나 뱉는 나의 말들이
남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한 경우가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기적이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말해도 핑계밖에 되지 못한다.
나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몇 년의 시간이 틀렸을까를 의심했다.
당연히 틀릴 리가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고..
또 핑계를 대야만 하는 걸까?
태어나고 18번째의 겨울
그리고, 19번째의 봄이 되는 날
나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챘었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나 자신과 나를 제대로 봐주는 사람만이 가능하다고
그렇기에 나는 나아가고 싶었고
계속 시간을 쓰고 있었다.
언제는 제자리걸음이었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뛰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
핑계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속에서도 나를 진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솔직하게 어려웠다.
나 또한 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50번의 계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느끼지 않으려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하는 것은 내 과거의 판단이 틀렸다고 느꼈을 때뿐이다.
즉, 내가 후회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과 알아가지 못한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지내는 것도 좋아하고
솔직히 말해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럴 재능도 그럴 환경이 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겐 나도 슈퍼스타일 수도 있고
또한, 누군가는 나에게 있어서 슈퍼스타일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의 슈퍼스타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둘은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을까?
사랑이란 걸 느낄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경험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사람도, 관계도,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서도
없었던 감정이기에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정말로 경험할 수 있을까?
솔직히 평생 못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세월이 살아온 시간 중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뭐, 누군가가 들었을 때 어이없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렇게 오래 산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맥락이었다.
그 어떤 사람과 관계 속에서도
사랑이라고 포장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우연과 인연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와 알고 있는 사람도
우연히 내 일기를 보는 사람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게 시간이 지남으로써 알게 된 사실은
사랑은 포장되지 않는다.
포장되는 개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누군가와 깊어지는 관계를 살짝씩 조심했던 것 같다.
항상 미래에 끝나는 순간을 생각하고
지금 가까워지고, 더 가까워지고 결국 헤어지고 나면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보이니까.
사실 그런 걸 신경 쓰면 안 되는데 말이다.
당연히 아프겠지,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끝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행복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달아버렸을 뿐일까?
우리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데 말이다.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겁이 난다.
솔직히 말해서 두렵고 불안하다.
나는 영원을 맹세하고 약속을 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렇기에 너무나 불안하고 겁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약속을 어길까 봐.
내 영원이 깨질까 봐 두렵다.
나의 마음을 전부 다 주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의 마음을 전부 다 주어도
나의 전부를 배팅해도 좋다.
나는 언제나 도박사의 기질을 띄고 있으니까.
도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만
강제수는 어쩔 수 없을 뿐이다.
이번에는 핑계가 아닌 핑계다.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사랑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미래를 생각하면 언제나 행복한 마음이고
원동력이 되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을 느낄 텐데.
항상 내겐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걸까?
내가 정말로, 정말로 잊는다고 한들
사랑도 사람도 잊는다고 한들
아니,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사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영원토록 내 우주 속에서 빛나는 기억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할 뿐이다.
하필 숨겨져 있던 감정이 이렇게 작동되는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잊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런데 만약에 지금 모든 것을 잊고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두렵다.
나의 감정도 생각도 사고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무슨 세계선에서 알게 된다고 한들
좋아하지 않을 자신도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내가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택권이 주어진 건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저 너의 선택에 신뢰나 약속이라는 말로
너의 마음에 계속 더하기를 할 뿐이다.
언제나 기다릴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까지 말이다.
이렇게 보면 나는 참 겁쟁이고 비겁하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느꼈기에
점이었던 나의 세계가 선이 되고
선은 그저 선분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직선이 될 수 있으니까.
나의 우주가 더욱더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고맙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이제는 또,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라고 되물어볼 것이고
언젠가는 또 정답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