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그저 비가 그치는 것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물론 기다리지 않아도 되지만
누구나 알듯이
비가 내린 뒤에는 항상 하늘이 맑게 개니까.
그저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단순한 것일 텐데도 깨달음을 충분히 얻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고 다시 달려가고 또 막히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보려고 하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문제였다.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항상 트라우마가 자명했기에
나는 완벽주의 같은 생각을 버리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알고 있음에도 지금 하지 않는 이유는
12월부터 무언가 재밌게 열정적으로 시간을 쏟을 수 있을 만큼의
예전의 나를 되찾은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하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인데
물론 당연히 이 과정이 끝나면 다시 시작할 것이다.
뭐, 다시 돌아가서 어떻게 해야 내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해결 방법은 다른 쪽에 있었다.
비가 거세게 온다고 뚫어나가는 것이
버티는 것만이 방법일까?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히는 것이 과연 맞을까?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나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것들을 조금 더 통찰하는 것이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의 신념,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낙관적 허무주의를 띈 내가 그나마 추구하는 방향은
자유와 평등이다.
나는 항상 자유를 논하고는 하지만
자유를 볼 수 없을 때의 꿈은 너무나 컸지만
자유를 넘어서고 본 세상은
너무나 끔찍했기에
나는 언제부턴가 자유라는 단어를 되새김질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도 말이다.
나는 분명 해방이 필요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의 감정과 기억에 대한 해방이 분명히 필요했다.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더 이상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더 이상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사과를 바라고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 따위는
잊어도 된다고
과감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했는데 말이다.
때론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나도 누군가에겐 분명히 잘못했고
누군가 또한 나에게 잘못했기에
하지만 그것이 의도적인 잘못이라면 더 큰 잘못이겠지만
우린 다 다르게 태어났으니까
맞지 않는 부분 또한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맞지 않는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는
사이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내가 못하는 것을 네가
네가 못하는 것을 내가
채워주는 방향이 항상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괴롭힘을 당할 때에도
보복할 수 있지 않았냐? 라거나
내가 악함을 굳이 스스로 억제하면서까지
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예로 들어, 법이 심판할 수 없는 부분이나
법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고 한들
그것을 심판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
그 누구에도 없을 것이다.
그저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뭐 그런 거랑 딱히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했던 개념은
되갚아주지 않는 것이 진정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제 와서 보니,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뿐이었고
조금 외로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외로울수록
너무나 외로울수록
오히려 곁에 사람을 두지 않고
항상 혼자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언제부턴가 그런 개념조차 깨닫게 됐다.
물론 이해하거나 알고 싶지도 않았다.
뭐가 달라졌을까를 많이 고민했지만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신념과 꿈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포기하고 그만하고 싶어도
대체 이루면 무슨 생각이 들까라는 마음이 생겨도
가장 행복한 순간에 죽고 싶다는 생각과 동일한 마음이 아닐까?
나는 항상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나의 시선이
매번 바뀐다고 생각한다.
그저 비가 거세게 내린다고 해서
상황을 해결하거나 뚫어내는 버티는 것이 아니라
이 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유연함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가 많이 오고 있으면 우산으로 가린다 한들
안경에는 항상 김이 서리고 빗방울이 맺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하늘의 구름 사이에 햇빛이 나를 보는 순간
나 또한 하늘을 보며 해와 마주 본다.
그 순간, 나는 안경을 다시 닦고 앞을 제대로 쳐다보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제대로 나를 쳐다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이 어딘지 알 것만 같다.
아니, 알기에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무지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