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긴 상담을 가진 병원을 다녀온 시간이었다.
내게 이상주의자 같은 면을 보인다고 하셨다.
딱히 그렇게 보일만한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선을 향한 이유
내가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릴 때 나의 빛과 같았던 선생님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존경하는 어른이셨고
나의 가장 깊은 죄책감일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항상 밝고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전의 기억들을
모두 지워나가고 새로 쓰기 시작한 이유 같은 건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괴로운 기억들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유일한 어른이라는 존재였다.
나는 그저 믿고 따르며 공부만 하고 싶었다.
나의 평화로운 정원이 시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항상 햇빛이 비추는 내 마음을 어둡게 만든 것은
그저 단순하고도 간단한 것들이었다.
그 무엇을 포함한 어떤 폭력 행위도
나는 견뎌낼 수 있었다.
그것은 사실 나의 정신력이니 뭐니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남을 이해하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언젠가 모두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겠지
언젠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겠지같은
그저 나약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렇다 한들 나의 자세는 틀리지 않았고
이제는 알고 있을 뿐이다.
강한 것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라고
그런 이상주의자적 마인드가 나를 붙잡기 마련이었다.
나는 나를 도와주지도 않고 방관하는 자들에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나 또한 방관자가 되었을 때는
그 아무 말도 하지 못함으로써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 어느 장소에서도
그 어느 상황에서도
나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 있어서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강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속이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약한 것이 분명하다.
선생님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휩싸여서
아직까지도 후회하는 나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가 모순이었다.
어째서 나는 방관자였을까?
어째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비슷한 괴로움을 알고 있으면서까지 말이다.
나는 아직도 선생님의 마음을 이어받고 있지만
그건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이다.
그저 그때의 죄책감을 잊지 못해서
나의 이기적인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전달될 수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속죄 중 일부가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기억을 잊는 것을 허락해줬으면 한다.
허락과 용서를 구할 사람은 이제 없지만 말이다.
비록, 딱 한 명은 있을 것이다.
뻔할 정도로 그것은 나 자신이다.
너의 말대로 나는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을 해보려고 하지만
결국 그 본질에 있어서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을 내포하고 있음을
누군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을까?
크게 변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가능성과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저기 멀리서 보다, 함께 옆에서 말이다.
나도 평범한 감정을 갖고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불행도, 행운도 모두 내게 찾아왔었으니
이 모든 지나왔던 길과
이제 지나가야 하는 길이
모두 쌓여 결과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라면
그저 그래프는 똑같이 움직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꿈을 이룰 수만 있다면
과거도, 슬픈 기억도, 지금 이 순간까지도
꿈의 밑거름이 될 것이니 말이다.
내게 자유를 선사해 주길 바라며.
이만 짧은 글이었네.